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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회상

세월이 참 빨리 흐릅니다 /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도 / 멈추게 할 수도 없습니다 / 흐르는 것은 흘러가게 두어야 하기에 / 바람도 담아두면 온몸을 흔들고 / 햇살도 담아두면 마음을 새카맣게 태울 때가 있기에 / 안부를 묻기가 참 버거운 날입니다 / 계신 그곳은 평안하신지요 //여든한 해의 겨울이 지나가고 / 여든두 해의 겨울이 한참일 때 / 아름다운 한 얼굴에 깊은 주름 하나 페입니다 /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함이 아니라 /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걸어온 소박한 길 위엔 / 바래지 않는 당신의 너털웃음 소리 /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 아름다움은 어디로 기울어지나요 / 슬픔과 고통은 어디로 잠겨오나요 / 여든두 번의 흰 눈이 하얘진 눈썹을 에워쌀 때 / 겨울 흰색 같은 한 영혼이 일어나 / 먼지뿐인 세상일 툭툭 털고 본향으로 돌아갑니다//여든두 해의 별이 뜨고 / 여든두 해의 강물이 흐르고 / 여든두 해의 꽃이 피고 / 여든두 해의 눈이 내립니다 / 저 눈이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지요 / 그토록 갈망하던 당신의 품에 안깁니다 / 여든두 해의 삶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 흰빛으로 날아갑니다    “새로운 영어 선생님이 오신데. 우리 학교 졸업생인데, 연대 영문과를 졸업하신 분이래.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혼이시래.” 10분의 휴식 시간이 지나고 수업을 알리는 벨이 긴 복도의 반대쪽까지 올렸다. 학생들은 서둘러 교실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문 앞으로 구두 발소리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교실 안의 눈이 문 쪽으로 쏠렸다. 불쑥 교실 안으로 들어온 건 사람이 아니라 긴 막대기에 걸쳐진 영어 교과서였다. 뒤이어 명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머리에 기름을 발라 가지런히 빗질하여 올리셨다. 교실에 살포시 퍼져오는 향수 냄새. 신혼이라고 퍼진 소문을 확인해주었다. 왼쪽 손목에 찬 다소 큰 듯한 금딱지 시계도 그러했다. 짤막한 키에 경상도 악센트가 영어 문장을 읽을 때도 살짝 배어 있었다. 그렇게 대광고등학교 영어 시간 교실에서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 후 시카고에 정착하게 되면서 눈 뜨면 일과 학교를 병행하여야 하는 고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친구 김호관이가 시집을 낸다고 나를 찾아왔다. 나에게 표지 그림과 편집을 부탁했다. 오랜만에 우리는 마음이 뭉쳐 시카고 밤거리를누비며 다녔다. 83년 겨울 그의 첫 시집〈이어지기 사랑법〉이 출간되었다.     출판기념회 당일날 예상치 못한 많은 시카고 교포들이 참석하였다. 그곳에서 명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글을 쓰냐고 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때만 하더라도 글을 쓰리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출판기념회가 열린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시카고문인회가 발족되었다. 그리고 간간히 신문 지상을 통해 명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 지면을 통해 〈문학 창작 교실〉기사를 봤는데 명 선생님이 강의를 하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당장 등록을 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매주 한 번씩 삼 개월을 지나는 동안 나는 문학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림과 글을 병행한다는 기쁨에 밤을 새워 글을 쓰기도 하고 운전하다가도 차를 세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를 쓰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나의 글쓰기 배경에는 늘 명 선생님이 그곳에 계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평안한 날이라더니 갑작스레 영 선생님의 부고가 전해졌다. 마지막 만남이 2주 전 문인협회 정규 모임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살아서 천당, 죽어서도 천당.“을 삶의 목표로 사셨던 명 선생님은 본인이 늘 말씀 하시던 그대로 살아서도 또 죽어서도 천국의 삶을 이루셨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가족들만 모여 이 땅에서 마지막을 원하셨지만,시카고 문인회는 그를 기억하며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너털웃음을 남기고 가셨다. 천국에서의 삶을 영원히 누리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부디 본향으로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관초 고 명계웅 선생님께 드립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영어 선생님 명계웅 선생님 대광고등학교 영어

2025-02-03

"영어, 배우면 됩니다" 아줌마아저씨 영어교실 종강

  '아줌마와 아저씨들의 무료 영어 교실'(강사 이금선)이 지난 21일 종강식을 개최하고 2021학년도를 마무리했다. 25명의 학생들은 이날 둘루스 경서교회에 모여 이금선 강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영화 '7번방의 선물(Miracle in Cell No.7)'을 관람한 뒤 이금선 강사가 준비한 점심을 먹고 소회를 나눴다.     이금선 강사가 먼저 "강의 능력이 되는 한, 체력이 되는 한 열심히 강의하겠다"면서 "함께 공부해 줘 고맙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고 전하자 학생들은 "감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지난 2006년 애틀랜타에서 문을 연 뒤 올해로 16년째를 맞은 아줌마아저씨 무료 영어 교실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달 4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45분까지 수업한다. 다음은 이금선 강사와의 일문일답.     -무료 영어 교실을 매년 여는 이유. "1970년 뉴욕으로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뒤 51년째 살고 있다. 일을 많이 했는데 그런 가운데 희망사항이 하나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2006년 영어교실을 시작해보니 영어 선생님이 (적성에) 딱 맞았다. 그래서 매년 열고 있다. 즐겁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나. "간호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수퍼마켓, 식당 등을 운영했는데 일 하면서도 공부를 계속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문법도 배웠다. 내가 미국에서 살 건데 영어를 못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민 초창기에는 영어 선생을 할 정도의 체계적인 실력이 아니었다."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다. 너무너무 좋다. 영어 선생님을 하게 된 게 특히 좋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면서 얻는 기쁨이 크다. 수강생이 50~60명이었는데 팬데믹으로 조금 줄어 이번 학기에는 25명이 참여했다. 수업료는 없지만 월 20달러 운영비를 받는다. 인원수가 적으면 수업이 없어질까봐 학생들이 나서서 모금을 한다. 학생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다."   -영어 교실의 목적은. "영어를 잘하는 거다. 5년 정도 살면 귀가 뚫리고 영어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 '브로큰 잉글리시(Broken English, 엉터리영어)'다. 그때부터 공부하면 된다. (나도 못했지만) 공부해보니 누구든 영어를 공부하면 잘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하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영어 배우는 사람, 잘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언제까지 운영할 건가. "이미 현업에서는 은퇴하고 영어 선생님이란 길을 가고 있지만, 최종 은퇴할 때까지 하고 싶다. 내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셔야 한다. 집에서 매일 1시간 15분씩 시니어용 트램플린과 다리 운동을 한다."     -영어 두려움 많은 분들에게 한마디. "나와서 배우면 모르는 걸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을 내서 배우길 바란다. 우리 교실에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있다. 5년째 다니는 분들도 있다.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재미있어서 계속 나온단다. 나에게 배우면 실수가 없다.(웃음) 최선을 다해 최고로 강의할테니 용기내서 나와주길 바란다."     ▶문의= 770-845-0960   배은나 기자영어 영어 공부 영어 선생님 영어 교실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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